경북도전초대작가 진기석

노하리에 위치한 진스튜디오 사진작업실에 들어선 순간 컴퓨터와 씨름 하는 그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예술가의 자태라 할 수 있다. 사진편집에 몰두한 진기석 작가는 손님이 왔는지도 모르는 듯 그렇게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기척에 뒤돌아 본 작가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지금 생각난 이 느낌을 사진에 반영해야 하는 작업이라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만들어 지기는 어렵다며 잠시 양해를 구했다.


▲ 가장 애정이 깃든 '소 부 리'

흑백카메라와 첫만남
카메라를 처음 손에 든 것은 정확히 38년 전 흑백카메라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며 사진과의 인연을 털어 놓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가 주종이지만 본인은 사진을 찍는 것에서부터 암실에서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하는 흑백사진에 많은 애정이 간다고 말한다. 칼라사진은 현상과 인화는 업체에 맡겨야 하지만 사진을 처음부터 잘 찍어야 한다며 한번 출사하면 필름값과 인하비 등 그 당시 비용으로 약10만원 정도 들었고 거기에 경비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 아무나 할 수 없는 고급 취미였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카메라만 구입하면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 않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하기에 좋은 취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에 가입하여 배우기를 원한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예천사진 동우회에 가입하던 해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 당시 창단 멤버 중 대한통운예천지사장인 심기석씨와 단둘만 남고 모든 회원은 바뀌었다.


▲95년 천안대회 금상 '관 심'

작품사진으로 전환
잘하던 비디오 가게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작품사진을 배우기로 하고 경북도전초대작가인 홍성광씨를 만나면서 작품사진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처음 작품사진을 시작할 때 홍성광씨에게 사진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라도 더 듣기 위해 하루 오토바이를 타고 두세번은 기본적으로 안동을 드나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그러한 열정이 인근에서는 최단기간인 5년만에 스승과 같은 경북도전 초대작가 반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진작가는 그때를 회상하면 열심히 했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고 열정 아니 광적으로 몰입했다며 수십장의 사진을 찍어가면 한 장도 건지지 못하고 모두 찟어야 할 때가 다반사이고 그럴 때 마다 좌절보다는 ‘더 잘 해야겠다.’는 오기로 스스로를 채찍을 가했다고한다. 마치 도공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도자기를 가마에서 꺼내자마자 깨 없애는지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며 예술인의 작품에 대한 고집은 모두 똑같다며 웃었다.


▲96년 경북도전 은상작 '제 례'

사진작가로의 입성
1989년 70여 컷을 찍어 고른 후 출품한 작품이 전국사진공모전에 입선함으로써 성과를 내기 시작하여 연이어 금상 등 전국에 진기석이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1996년 경북미술대전 사진부문에서 ‘제례’ 라는 작품이 은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작품성을 전국에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진작가의 사진은 언제나 예천이라는 소재를 벗어나지 않는다. 얼마나 예천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그의 사진을 보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의 사진은 언제나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가 글을 창작하듯 진작가도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사진을 찍는다며 주제가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보니 본인의 사진은 풍경사진이 없다고 밝힌다.


▲ 52m 상공에서 본 ' 금 당 실 전 경'

꿈엔들 잊으리 금당실
2005년 사진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만든 금당 맛질 사진첩은 예천사랑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군, 지역민, 출향인 모두 무관심으로 인해 재정이 뒤 받쳐 주지 못하는 가운데 작업을 하느라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첩이 지금도 동호회 창고에서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한다. 군이나 면에서는 금당실을 알리는 자료로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와 환경실천연합에서 수상하는 아름다운 마을숲에 금당실 사진을 보내 제5회 수상지로 선정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의 사이트에 있는 금당실 사진이 본인의 사진이라고 말하며 금당실을 알리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밝혔다.
금당실의 어른들이 지금은 많이 돌아가시고 개량되어 가는 금당실의 현실이 마음이 아프다며 사진속의 금당실과 현재의 금당실은 상당히 다르다며 아쉬워 했다.

끝없는 회룡포 사랑
진 작가의 회룡포의 사랑 또한 대단하다 지금은 회룡포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관광지가 되었지만 거기에는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때 원형보존을 주장하는 진작가와 개발을 주장하는 군과의 갈등이 있었다. 때문에 사진작가들 사이에는 회룡포를 지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진작가는 회룡포 안에 연못 만드는 사업을 막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며 아쉬움을 토했다. 회룡포는 위에서 내려 보는 그림이 절경이지 그 안에 들어가면 볼품없는 곳이라며 그 그림을 헤치지 않는 원칙에서 개발을 해야 하는데 그 그림이 무너져버려 아쉬워했다. 섬 속에 연못은 회룡포 안에서 보면 그것이 필요할지 몰라도 위에서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그림이 된다며 회룡포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이유를 예천군에서 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한편 장송에서 들어오는 길을 조금 불편하더라도 도로를 2차선으로 좁게 만들어 선을 살려야 했는데 대로를 만들어 선이 망가져 보기가 불편하다며 지금 이후라도 군에서는 개발을 할 때, 사진동우회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좋을듯하다고 한다. 사진동우회 회원들은 전국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많이 보고 생각을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감천면 수락대 사진이나 지금은 사라진 예천의 거리 모습, 특히 상리면의 송월리 사진들은 다시는 찍을래야 찍을 수 없는 귀중한 사진이라며 예천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다.

무료로 영정사진

진작가는 지역의 어른들을 위해 무료로 영정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어서 봉사하기도 해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지금 까지 약 300여명을 찍어 주었다고 한다. “집사람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흔쾌히 따라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며 아내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진작가는 노하리에서 진 스튜디오 운영한다. 지역민들은 진작가를 까다롭다며 증명사진 하나 찍는데 너무 완벽한 것을 요구한다며 “찍을 때는 짜증이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진이 나오면 마음에 든다. 찍는 순간은 잠시지만 사진은 영원하잖아요.”라고 말하며 진작가의 사진 실력을 인정한다. 진작가 또한 웃으며 스스로를 인정하지만 아이의 돌 사진은 그 아이가 평생을 간직해야 하는 귀중한 사진인데 작업자인 본인의 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진을 넘겨 줄 수 없다며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상업사진에도 그의 투철한 작가 정신이 베어있어 보인다.
앞으로의 꿈은 예천에 본인 말고 또 다른 초대작가가 나와 동호회 지도위원자리를 물려주고 2선으로 아름다운 퇴진을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김학관 기자 enppia@ycn24.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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