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국제탈춤축제, 부산 국제영화제,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전주 소리 등은 운영 기간 동안 전국은 물론 외국에서까지 몰려든 엄청난 인파로 가득 찬다.

경제유발효과, 도시브랜드 제고를 통한 지역경쟁력 강화라는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문화의 힘을 흔히 ‘문화경제(컬처노믹스,Culturenomics)’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문화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뜻한다.

미국의 경제 잡지 <비즈니스위크>도 2005년 8월 경제 패러다임이 ‘지식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창조’를 모태로 한 산업이 바로 문화산업이다.

10여 년 전 부터 한류, 전통문화, 농촌의 자연경관 등 그동안 그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던 분야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잘 이용한 지방으로 대표적인 도시가 안동이다.

반면 문화적 자원이 산재해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예천이다. 발전은커녕 오히려 문화유산 자연경관을 파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예천의 명소가 된 곳은 대부분 언론 보도이후 유명해지니 경북도나 예천군이 예산을 들여 단장한 것이다. 그런데 보수나 단장을 하면서 원래 원형을 훼손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금당실 유교마을에 있는 이유인 저택 담장도 일부는 실제 있었던 모습하고 다르다.

또 주변 분위기를 압살하는 콘크리트 건조물도 거꾸로 가는 문화컨텐츠이다.
금당실에는 관리사무소인지 뭔지 모르지만 2군데나 한옥모양의 건물을 콘크리트 재료로 건축했다.
크기가 주변 한옥들을 압도하여 한옥마을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있다. 금당실을 풍수지리학상 ‘연화부수형’이라고 하는데 그 연화에 해당하는 오미봉에 토목기술을 자랑하듯 콘크리트 정자를 건축해놓았다.

용문의 수구(水口)에 해당하고 언제봐도 한국적 미를 간직하고 있는 병암정자 앞과 용궁 삼강주막 옆에 대형 교량을 세웠다. 한국 전통마을의 호기심을 가지고 찾는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천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사(同舍)인 맛질동사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온전했으나 2~3년 전에 가보니 일부 지붕이 무너져있었다. 동사는 조선시대 마을공동체의 센터였다.

전국적으로도 아마 찾아보기 힘든 유산이다. 지금이라도 복원해야 할 것이다. 그 앞에서 맛질별신굿이라도 공연한다면 도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명승지를 가보아도 그곳만의 독특함, 자기동일성, 정체성, 역사성이 있기에 매력이다.

예천(醴泉)은 물이 좋은 고을이다. 군명칭도 통일 신라 시대부터 단술 예(醴)와 샘 천(泉)이다. 그 전에도 수주(水州)이다. 예천은 한마디로 ‘물의 도시’이다. 즉 수향(水鄕) 이미지를 토대로 지역 이미지를 재구성해야 한다. 앞으로 물의 중요성과 가치는 날로 다르게 빛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물로 막걸리나 물김치 등의 먹을거리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 중에 하나가 활이다. 우리민족을 큰 활을 쓰는 동이(東夷) 민족이다. 경북에는 ‘예천 활’이 있다. 궁장이 있고 세계적인 궁도선수가 줄을 잇고 있다. 궁을 글로벌 콘텐츠로 개발하는데 손색이 없음에도 아직까지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국궁을 사용하는 ‘세계 궁도대회’를 열어 볼 수도 있다. 국궁은 동아시아를 묶는 연대의 촉매 작용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독특하고 풍부한 문화콘텐츠 소재가 도처에 널려 있다. 용문사 윤장대, 금곡교회 종탑, 어림성 원산성 옛 산성이 있다. 국사교과서에 나오는 대동운부군옥 국순전 같은 문학·문헌 등 문화콘텐츠산업의 소재 될 자료가 도처에 널려 있다. 예천 맛질 마을은 서양이 그토록 자랑하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애잔한 노비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맛질 별신굿(別神)과 정부인 장씨의 음식디미방의 산실이다.

경북에는 이순신을 구명한 약포 정탁(예천) 같은 이야기 거리가 있는 국난극복의 지도자가 있다. 약포가 아니면 이순신이란 존재는 없다. 임진왜란시 병조판서 좌의정을 지낸 약포를 현양하는 것은 청주정씨 문중만이 할일이 아닌 것이다.

경북내륙지역은 공업사회는 뒤쳐졌지만 문화콘텐츠산업으로 차세대 성장산업이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다. 21세기 문화시대에는 물 만난 고기이다. 잘만 이용하면 디지털 시대와 더불어 영어 서반어로 번역하여 세계적으로 번창할 수 있다. 내륙경북지역은 이 부분에 눈을 떠야 한다.

김정모

경북대학교 대학원강사, 대구일보 논설위원, 대통령직속 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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