量大無遺(양대무유) 夙夜匪懈(숙야비해)
藥圃(약포) 鄭琢

【 도량이 커서 버리는 사람이 없었고, 온 종일 게으르지 않았다 】

1605년 약포가 사망하자 선조왕은 예조좌랑 조정(趙靖)을 파견하여 조문하도록 하고 영전에 제사를 지내는 「사제문賜祭文」을 내렸다. 약포대감의 일생을 평가하는 여러 글들이 남아 있지만, 가장 오래되었고 또한 공적인 문서인 이 글은 “一節夷險(일절이험)편안하고 위험할 때도 늘 한결 같았고, 進退無垢(진퇴무구) 나아가고 물러섬에도 흠이 없었다.” 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주역 52번째 艮爲山괘에 따르면 멈춤에도 道가 있다고 하였다. 운전을 배울 때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법을 먼저 배우고 나서 가속페달 밟는 법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멈춤의 道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이밍으로 사람은 누구나 나아가고 물러섬의 道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경상북도교육연구원장(전) 小泉 趙 春 植

사제문(賜祭文)의 일부 구절을 살펴보면
인품은 조용하고도 깊었으며 (德宇靜深 덕우정심)
도량은 커서 버리는 사람이 없었고 (量大無遺 양대무유)
온 종일 게으르지 않았으며 (夙夜匪懈 숙야비해)
생각을 다한 데다 충성스런 마음을 더하였다. (思盡忠益 사진충익)

儒學은 義理의 학문이라고 불릴 만큼 의리와 절의를 숭상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목숨도 바쳐야 한다. 평상시에도 어렵지만, 생명이 위태로운 임난 시에는 더욱 실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포대감은 초지일관하였다. 당대의 최고학자인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제자로서 임진왜란의 극복에 온 힘을 쏟아 꺼져가는 국운을 살린 약포대감의 백성을 위하는 지혜가 요즘에도 더욱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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