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식 상주기상대장

투둑 투두둑.. 어릴 적 초여름에 집에서 낮잠을 자다가 양철지붕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난 기억이 있다. 마당으로 나가보니 가득 쌓여있는 얼음. 나의 첫 우박에 대한 기억이다.

자주 볼 수 없는 기상현상이기 때문에 우박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이 누구든 한가지쯤은 있을 것 같다. 이렇듯 특별한 기상현상인 우박,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떻게 얼음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박은 소나기구름 속에서 강한 상승기류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강수현상이다. 구름 속의 물방울 입자가 점차 커지면서 떨어지는 것이 비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강한 상승기류에 의해 다시 위쪽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낮은 온도에 의해 물방울이 얼게 되고, 이렇게 형성된 얼음덩어리는 떨어지다가 표면이 일부 녹기도 하고, 다른 구름입자들과 합쳐지기도 하면서 얼음 층이 덧붙여지게 된다.

이처럼 구름 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얼음덩어리의 크기는 점차 커지고, 결국 상승기류가 약해지면서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박이다. 그래서 우박의 크기는 구름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오르내렸는가, 또는 구름층의 통과거리가 얼마나 긴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cm 정도의 콩알만한 크기가 보통이지만, 직경이 5cm 이상인 우박도 생성이 가능 하며 해외토픽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늦봄부터 여름으로 접어드는 5∼6월과 가을철인 9∼10월이 우박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다. 5km 상공에 -20℃ 이하의 찬공기가 머물고, 지상에서는 25℃ 이상의 기온이 나타날 때, 상하층간의 온도차가 커지면서 우박이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지상기온이 너무 높으면 떨어지는 도중에 녹아서 비가 되어 내리므로 한여름에는 오히려 발생 횟수가 적다.

우박은 빗방울보다 크고 딱딱하기 때문에 땅에 떨어질 때 낙하속도가 커져서 큰 파괴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로 인하여 자동차, 건물 유리창 등 시설물 파손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그렇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농작물이다. 채소의 잎이 상하거나 과수의 열매에 심한 피해를 입혀 10~20분의 짧은 시간동안 1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이렇게 피해를 많이 주는 우박이지만, 수 km에 불과한 좁은 지역에서 30분 미만의 짧은 시간동안 나타나는 기상현상이기 때문에 예측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기상청은 예보를 낸 후에도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대처를 위해 레이더(RADAR)등의 장비를 활용하여 우박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상 관측용 레이더는 총 10대로 모두 단일 편파 레이더인데, 지난 4월 백령도에 이중 편파 레이더가 설치되어 5월 중 정식 운영 계획에 있다.

이중 편파 레이더는 기존 단일편파 레이더와 달리 비, 눈, 우박 등의 강수 형태까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박을 포함한 위험기상 감시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주기상대장 이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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