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식

‘같이 눈사람 만들래?’ 올해 초,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몰고 온 영화 ‘겨울왕국’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이다. 언니와 여동생이 함께 방 안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즐겁게 노는 장면을 보고 누구나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려 쌓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인 눈사람. 그런데 눈이 잘 뭉쳐지지 않고 가루처럼 흩날려 눈사람을 만드는데 애를 먹었던 적은 없었는가? 가루눈은 왜 잘 뭉치지 않는 것일까?

눈이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아주 작은 핵을 중심으로 얼음 결정을 이루어 지상에 떨어져 내리는 것을 말한다. 눈의 결정형은 판 모양, 각기둥 모양, 바늘 모양 등 매우 다양하나 대체로 육각형을 이룬 것이 많다.

눈이 어떤 모양을 하고 내릴지는 눈이 만들어질 때의 기온에 따라 결정된다. 눈의 종류는 크게 습설과 건설로 나눌 수 있는데, 습설은 영하 15도의 비교적 따뜻한 공기에서 생성된다.

대표적인 습설로 함박눈을 들 수 있으며, 눈의 결정이 서로 엉겨 붙어 눈송이를 만들어 내리기 때문에 건설에 비해 크기가 크다. 눈송이는 보통 지름이 1cm 정도지만, 지름이 10cm나 되는 커다란 눈송이가 내릴 때도 있다. 함박눈은 기온이 크게 낮지 않은 비교적 포근한 날에 따뜻한 지역에서 만날 수 있으며,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잘 뭉쳐지는 특징이 있다.

이와 반대로 건설은 영하 30도 이하의 차가운 공기에서 만들어지며, 가루눈이 대표적이다. 가루눈은 습기를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뭉쳐지지 않고 가루처럼 흩날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할 때 내린다.

따라서 눈의 모양을 보고 그 날의 날씨를 예상할 수 있다.

눈송이가 큰 함박눈이 내리면 그 날은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일 것이고, 가루눈처럼 눈송이가 잘면 상층으로부터 한기가 점점 내려오기 때문에 날씨가 춥고 강한 바람이 불 것이다.

이 외에도 눈의 종류에는 진눈깨비, 싸락눈 등이 있다. 진눈깨비는 눈이 녹아서 비와 섞여 내리거나 비와 눈이 함께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싸락눈은 하얀색의 불투명한 얼음 알갱이 형태의 눈으로 눈의 결정에 미세한 얼음 알갱이가 붙어서 만들어진다. 싸락눈은 땅에 떨어지면 튀어 오르고 쉽게 부서진다.

자, 그렇다면 눈사람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눈은 무엇일까? 정답은 습설이면서 잘 뭉쳐지는 함박눈이다. 눈송이가 굵고 날씨가 비교적 포근하다면 그 날은 밖에 나가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기 좋은 날이다.

반면 가루눈과 같은 건설은 스키나 썰매와 같은 겨울 레저 활동에 적합하다. 잘 뭉치지 않기 때문에 스키나 보드에 잘 달라붙지 않고 잘 미끄러져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겨울에 내리는 눈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교통체증과 시설물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등 겨울철 위험기상 중 하나이다. 특히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습설은 건설에 비해 무게가 3배 정도 무겁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나 슬레이트 지붕의 붕괴 위험이 더 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24시간 신적설이 5cm 이상일 때 대설주의보, 24시간 신적설이 20cm 이상(산지는 30cm)이 예상될 때 대설경보를 발표한다. 항상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많은 눈이 예상되면 미리 비닐하우스에 버팀목을 설치하는 등 대비를 철저히 한다면, 올 겨울도 안전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상주기상대장 이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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