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수필가 김병연

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데 국회가 500억 원을 들여 의원, 사무처 직원, 가족의 휴양을 겸한 의정연수원을 짓겠다고 한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최근 최문순 강원지사에게 이런 결정을 전하고 의정연수원 설계 예산 8억 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라고 국회사무처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의정연수원은 12만 평 용지에 40평형 5실을 포함한 객실 125개와 강의실과 식당 그리고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갖춘 연건평 7100평 규모의 대규모 연수시설이 들어선다고 한다. 내년 설계에 들어가면 오는 2013년 설계를 완료하고 2016년 6월 공사를 끝낼 계획이라고 한다.

의정연수원 건립은 당초 17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2008년 5월 김태랑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 강원도 고성군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추진되던 사업이다.

하지만 18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새로 취임한 김형오 국회의장 등이 재정 부담과 사업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보이면서 진척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강원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명분으로 불씨를 살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회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강원도의 경제 활성화 운운하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판에 연수와 휴양시설 건립에 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지금 그리스가 국가 파산 위기에 허덕이는 것과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위기는 방만한 재정 운영에서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혁신도시로 가는 시설들이 종전 시설보다 무려 10배나 큰 건축물을 아방궁처럼 짓겠다는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먼저 모범을 보이진 못할망정 큰돈을 쓰겠다니 윗물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여윳돈이 있으면 초임 연봉이 2,500만 원 수준에 불과해 인재가 기피한다는 이공계 연구원에 먼저 보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된다.

최근 미국 상ㆍ하원 의원들은 국가 재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며 자신들 세비를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법안을 앞 다퉈 발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연금과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까지 신설하는 등 더 많이 챙기려 안달하는 것도 부족해 이제는 휴양시설까지 짓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참으로 꼴 볼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기 부진과 자고나면 올라가는 물가와 폭등하는 전세난을 견디면서도 착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은 봉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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