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비중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경제가 나빠지면 큰 일 난다, 10년 전에는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독감을 앓을 정도였지만 환경이 바뀌었다. 다름 아닌 중국이 이제 기침을 하면 몸살을 앓을 정도가 아닌 중환자실로 들어가야 한다.”

경제평론가 박경철 씨(안동신세계연합 병원장)는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 대한 희망은 일단 버리는 것이 좋다. 이제는 중국이나 신흥국에 관심을 둬야 한다. 중국의 물가가 상승하거나 부동산 억제정책이 나오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며 내년 봄부터 가을사이 우리경제의 중요한 시련과 도전이 있을 것 같다”고 역설했다.

사단법인 예경포럼(이사장 이상연) 조찬세미나가 지난 11월 10일 오전 7시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 다이아몬드볼륨에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을 초청한 가운데 개최됐다.

‘한국경제의 흐름과 새해 경제전망’를 주제로 열린 이날 조찬 세미나에서는 이상연 이사장을 비롯해 김문석 고문, 변우량 前국회의원, 변정구 명예회장, 권교택 한솔제지 대표, 김기주 대구은행 부행장과 회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 이상연 이사장

이상연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고향 옆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시골의사’이자 냉철한 경제전문가인 박경철 원장을 모시고 새해 경제전망에 대해 진단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유럽경제의 침몰과 미국경제 위기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는 만큼 오늘 강연이 우리 회원들의 새해 기업경영 전략 수립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이번 정기 조찬세미나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해 1월 정기총회 때 는 새로운 이사장을 모시고 더욱 더 발전하는 예경포럼이 되길 기원하며 임기 동안 격려와 성원을 보내 준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 김문석 고문

김문석 고문은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을 광영으로 생각하고 출범 3년째를 맞는 예경포럼의 발전을 기원하며 회원들 또한 각계에서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 사회의 등불이 됨은 물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포럼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경철 원장은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수출부분이 좋아진 것이지 내수는 회복이 덜 됐다. 수출과 내수가 큰 폭의 차이가 생겼고 평균적으로 많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이 지표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박경철원장

그는 “여의도 자본시장에서는 경기의 방향성이 아닌 경제가 계속 좋아질 것인가, 아니면 나빠질 것인가를 보는 것은 매력이 없다. 자본시장에서 좋아하는 것은 경기의 방향성이 예측을 벗어나서 허를 찌르는 변동성이 커질 때”라며 “허를 찌르는 경기변동성이 있을 때 야 말로 금융시장에서는 먹을 파이가 많아진다. 99%의 예측이 빗나갈 때 1%가 독식하는 것은 변동성이 큰 구조에서 일어나며 자본시장과 실물시장의 관심의 경계가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또 박 원장은 “대개 금융시장과 학자들의 경기전망을 보면 2011~2013년까지 경기가 좋아지면 완만하게 좋아지고 나빠지면 완만하게 나빠진다는 평가였지만, 여의도 금융가에는 올해부터 2014까지 경제가 허를 찌르는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어중간한 변동성은 없다. 자칫 잘못하며 큰 일이 발생하며 2011년 이런 징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의 증거로 중국의 경제회복 여부를 봐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회복에 기대하면서 이들 국가가 유럽과 함께 세계경제를 구원할 것이라고 한 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이어 “미국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나라다, 앞으로 기대 할 수 없다. 예상외로 미국이 2% 성장했다고 박수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큰 착각 이며 앞으로 30년간 미국경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경제는 작년에도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재고투자를 빼고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4% 또는 2%라고 보면 실제의 절반은 재고를 채우는데 쓰인 허수다. 왜냐하면 금융위기 때 상황이 나빠 모든 영역에서 창고를 텅텅 비웠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미국 정부지출이(SOC사업 등 억지 경기부양) 빚내서 하는 사업까지 합산하면 미국은 이미 2010년 말 경제성장은 ‘제로’다, 작년 말 미국이 2~3%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재고투자를 제외하면 실제성장률은 ‘제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 미국이 플러스 성장을 하기위해서는 재고는 다 채웠고 민간부문은 ‘제로’이기 때문에 정부가 계속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0년에도 계속 빚을 내 지구의 2바퀴반 이상을 도로 건설, 교량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계속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국경제는 마이너스 즉 ‘더블딥’에 빠진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올해 8월 미국 정부가 부채한도를 다 소진했다. 미국은 빚을 내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가 빚을 낼 수 있는 한도 즉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다 채워버렸기 때문에 지난 7월말 미국의회가 미국정부의 추가 부채한도를 늘려 주지 않으면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박 원장은 “미국의회가 정신 나가지 않고 부채한도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부도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추가로 나라 빚을 더 내서 SOC 등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성장이 제로인 상황에서 미국경제가 앞으로 계속 마이너스로 가느냐? 안 가느냐? 백척간두에 서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고 온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이어 “미국은 민간경제가 죽은 지 오래된 나라다. 가계소득대비 부채비율이 1950년대에는 굉장히 낮았는데 1980년대부터 급증하면서 최대 124%까지 고점을 찍었다. 현재 맹렬히 빚을 갚아 120%대까지 내려 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기소득의 120%나 되는 빚을 지고 있는 암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미국인은 소파를 구입하는데 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사고 있는데 이것은 다시 말하면 5년 치 미래소득을 앞당겨 쓰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추가 소비는 불가능할 뿐 만 아니라 자기들의 빚 갚는데도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과거처럼 소비를 주도하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넌센스다. 미국 국민은 이 빚을 정상화시키는데 최소 20년~30년간 돈 벌어 빚 갚는데 고스란히 써야 한다. 과거처럼 미국이 세계의 소비시장이 되거나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는 이제 걸 희망이 없다.

박 원장은 “실제 미국과 그리스, 이탈리아도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지난 10월 9일 국채이자율 7.5%까지 올라갔는데 미국 주가가 폭락하고 난리다. 이탈리아가 부도나는 것도 시간문제며 그리스, 포르투갈도 다 무너지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그리스는 사실상 이미 끝난 나라다. 부채를 탕감해 주기로 했지만 국채이자율이 125%에 이른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신용도가 떨어진 개인이 ‘러시앤캐시’에서 돈을 빌리는 이자율이 36%다. 불법사채이자율도 연리 80%면 빌릴 수 있다. 그리스는 우리나라 신용불량자보다 국가신용이 더 나쁘다는 반증이다. 이탈리아 같은 선진국도 국채를 발행하는데 7.25%다. 현재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빌려도 6~7%대면 빌릴 수 있는데 이탈리아라는 선진국이 나라의 국채 발행하는데 대한민국의 일반 직장인보다 신용도가 떨어져 더 높은 이율이 매겨졌다”고 말했다.

박경철 원장은 “결론적으로 유럽發 재정위기가 해결되는 방법은 부채탕감, 유럽 안정기금 ,유로채권매입 등 어떤 수단도 소용이 없다. 유럽공동채권을 발행키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와야 끝이 난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유럽의 위기는 ‘유럽공동채권 발행 결정’ 이라는 결정적인 뉴스가 나오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박 원장은 “유럽과 미국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세계경제의 미래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이나 신흥국 경제에 달려 있다. 미국은 희망이 없고 유럽은 앞으로 2~3년간 회복 안 된다. 그래서 신흥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우위가 지속적으로 전개될 나라와 포커스는 어디에 맞춰야 하는 지에 대해서 지금은 미국이 아닌 신흥국 수출이 떨어지면 한국은 죽는다. 우리경제 성장의 핵심은 미국이 아닌 신흥국과 아프리카로 이들 나라에 주목하고 이들이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원장은 “무한한 천연자원과 개발, 엄청난 교육열 드라이브를 보면 앞으로 10년간 아프리카와 저소득 아시아 국가에 주력해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정답이고 주목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는 중국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10년 전인 2000년 한국 수출 비중의 22%를 차지했다. 당시 중국은 9%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10%, 중국은 23%로 뒤 바뀌었다. 지금 우리경제는 85%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목줄을 죄면 살아날 길은 없다. 미국이 좀 나빠져도 참을 수 있지만 반대로 중국이 기침하면 몸살을 넘어 중환자실로 들어가야 하는 형편이 됐다는 이야기다.

박 원장은 “불과 10년 만에 경제의 중심축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안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중국은 우리에게 날카로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쓰러졌지만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중국이 시퍼렇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나빠지면 어떻게 되느냐 이것은 답이 없다. 중국 경제가 나빠질 것인가, 아닌가가 중요하지 이미 죽어 있는 미국을 쳐다보고 대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권교택, 변우량, 변정구, 장성덕(왼쪽부터)

이어 박 원장은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두 가지, 즉 물가와 부동산으로 보고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정부는 물가와 부동산이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성장을 희생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인민들은 예금금리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나라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노후보장을 예금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4대보장보험이 없다. 그래서 돈을 모으는데 총력을 쏟는다.

두 번째 부동산이다. 현재 베이징의 부동산가격은 중국근로자의 90년치 월급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해 긴축을 시도하면 금리가 급등하고 중국 경제성장의 40%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경기가 확 나빠지면 경제가 침체되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박 원장은 “이렇게 때문에 만약 물가나 부동산을 잡기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경제는 큰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지도부인 후진타오 주석은 ‘개발 성장론자’ 이지만 차기 주석인 시진핑은 반대로 균형론자로 알려져 있다.

박경철 원장은 “만약 시진핑 지도부가 인민들을 위해 부동산가격을 잡으려고 한다면 세계경제는 엄청난 회오리에 빠져 들게 된다. 왜냐하면 중국은 경제성장의 40%를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을 분양할 때 껍데기만 분양한다. 이를테면 벽지, 보일러, 냉난방, 가전 등 관련 사업자가 나중에 공사를 한다. 만약 부동산 규제로 이것을 막으면 중국경제는 부동산에서의 방대한 수요가 줄줄이 냉각되며 침체로 빠진다. 이 경우 23%의 경제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가장 큰 딜레마다.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내년 중국이 긴축에 들어가느냐, 부동산이 계속 올라 시진핑이 부동산을 잡겠다고 나서느냐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절박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중국 지도부는 ‘국진민퇴’(국가주도 드라이브 정책으로 민간부분의 문제점을 해결) 또는 ‘민진국퇴’(민간의 돈을 풀어 민간 활성화를 기하고 정부사업은 축소)반복해왔다. 후진타오는 ‘민진국퇴’의 길을 걸었지만 시진핑은 ‘국진민퇴’ 즉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가가 경제를 주도할(틀어 쥘)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박 원장은 “올해 이후의 경제는 미국과 유렵에 대한 희망은 일단 버리는 것이 좋다. 세계경제문제의 해결은 유럽에서 유럽공동보증채권 발행소식이 나오면 세계경제의 먹구름은 걷혔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내년 봄에서 가을사이 세계경제의 변동성으로 우리경제에 주어질 중대한 도전과 변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변동성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클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 대응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내년에는 절대로 안정적이고 기업이든 개인이든 부채비율을 줄이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일에 주력하고 중국경제를 유념해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예경포럼 2012년 새해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는 1월 중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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