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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연 시인, 수필가 | ||
우리는 태어나서 환경과 정보에 적응하면서 산다. 성공해야 한다. 출세해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 이렇게 끝없이 주입돼 자신의 신앙이 되고 사회 전체가 몰입돼 간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설계도가 잘못돼 있는 것은 아닌가. 돈을 잘 벌기 위해 모두 열심이다. 지금의 설계도는 돈을 벌기 위한 설계도다. 그 중심에 사람은 없고 돈이 있다. 사람은 돈을 버는 도구로 전락했다. 세상이 성공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 설계도 속에서 사람들은 무한경쟁과 욕망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다.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
돈과 권력과 명예의 노예가 돼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다. 돈과 권력과 명예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으로 사람의 생명과 행복을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중심의 세상에서는 돈과 권력과 명예가 생명을 훼손하고 행복의 가치를 절하하고 있다.
정신적 가치와 공익을 위해 존재해야 할 종교마저도 타락했다. 모두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한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정치인, 교육자, 종교인, 공무원들은 양심을 잃어버리고 부패했다.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온 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이익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지배하고 있다. 종교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시켜야 하는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장사를 한다. 최고의 교육기관인 대학은 학문과 인격도야를 팽개치고 돈벌이에 나섰다.
정치와 종교와 교육의 본질은 정신적 가치가 크다. 정치와 종교와 교육이 정신적 가치를 외면하고 물질적 가치에 빠진다면 세상을 타락에서 구할 길이 없다. 정치는 정신과 물질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는 국가의 척추다. 척추가 바로 서야 자세가 바르고 몸이 건강한 것처럼 정치가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서고 국민이 행복한 것이다.
이제 국민의 행복을 위해, 민주주의와 복지를 위해 새로운 정신문명의 시대를 위해 세상의 설계도를 바꿀 때가 됐다. 성공중심에서 가치중심으로 설계도를 바꿔야 한다.
염치가 없고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은 행복할 줄 모른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공허하고 항상 배가 고프다. 성공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
양심을 찾아야 한다. 양심이 깨달음이다. 어떤 성인군자를 만난다고 해도 양심을 갖고 양심에 따라 살라는 것 이상의 깨달음도 들을 수 없다. 국민이 양심을 회복하고 제정신을 찾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양심을 회복하고 행복을 창조하고 정치인이 국민의 인격 완성을 돕는 정치를 할 때 정치는 정치다워지고 공정하고 조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시대의 모든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문화, 예술, 의학, 스포츠는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모든 것이 돈과 권력과 명예라는 성공중심의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완성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 사회의 척추를 바로 세우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정치는 학문이고 예술이다. 정치는 양심을 살리는 교육이 돼야하고 정신과 물질의 균형을 만들어야 하고 사회 각 분야가 국민의 인격 완성을 돕도록 조율하고 권력이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권한과 권력은 축재의 수단일 수 없으며 나는 바담풍하고 너는 바람풍하라고 할 때 따라줄 국민은 없다. 지위가 높으면 큰 도둑이고 지위가 낮으면 작은 도둑이라는 세간의 외침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것 또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시인/수필가 김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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