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균

초록이 무성하던 나뭇잎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 것이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가을의 막바지이자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다.

24절기 중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이 지나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입동’이 코앞이다. 선선했던 가을바람은 어느 덧 연이은 추위로 바뀌고, 외출 전 서둘러 두터운 외투를 챙기는 것을 보아 절기 상 뿐만 아니라 체감 상으로도 겨울이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다.

점점 깊어가던 가을이 지나고,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이 맘 때가 되면 때 이른 ‘한파’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한랭전선과 함께 물결처럼 전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한파는 한랭한 공기가 유입되어 어느 지역의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현상이다.

겨울철, 아시아 대륙의 동북부에 대단히 큰 규모의 고기압이 형성되고 알류산 부근에는 큰 저기압이 발달하는 소위 동고서저의 기압 배치가 형성된다. 발달한 저기압이 우리나라 주위를 통과한 후 한랭한 공기가 북쪽에서 흘러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한파가 발생한다.

기상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뚜렷한 경우, 한파주의보·경보를 발표하는데, 한파에 대해서 적절한 방재 조취를 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주의보 및 경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정의한다.

10월~4월에 다음의 조건 중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 한파주의보 및 경보를 발표한다.

한파 주의보	한파 경보
①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하강하여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② 아침 최저기온이 -12℃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③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①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이상 하강하여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② 아침 최저기온이 -15℃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③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과거의 우리나라 겨울철은 북서계절풍이 강하고 한파가 몰아닥쳐 전국이 영하의 추운 날씨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겨울철 대표 기상현상으로 ‘삼한사온’과 같은 주기적인 추위가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기온변동이 커지고 한파가 빈번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파로 인한 피해는 분야에 따라 크고 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수도시설의 동파나 농작물의 결빙, 양식 어류의 폐사 등을 들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잦은 이상 한파가 몰아쳤던 2010년의 경우, 도시 내 상가 및 주택에서의 수도관 동파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어업의 경우 평년보다 최대 4도 가량 낮은 연안 수온으로 인해 양식 수산물 총 740만 마리, 금액으로 환산하면 60억 원에 해당하는 양식 어류가 폐사하였다. 더불어 농어가 재산피해액만도 64억 원에 달하는 상당한 수치를 기록했다.

경북 지역에서도 한파와 저온에 의한 감, 사과, 포도, 자두, 복숭아 등 과수나무의 고사 또는 결빙 등의 농업 재해로 농민들이 시름이 깊었다. (참고자료 :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자료)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의 잦은 한파와 기온변동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형적인 삼한사온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어르신들의 말뜻이 이 때문인 것이다. 대체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겨울철이 따뜻해지지만, 간혹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북극지방의 얼음을 녹이게 되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찬 공기가 남쪽으로 흘러내려 평소보다 더 강한 추위가 닥치기도 한다.

최근 겨울철의 기상특성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2008년의 겨울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나며 따뜻한 겨울을 보인 반면, 2009년부터 2011년 겨울은 추운 날이 많은 가운데 기온의 변화가 심하게 나타났다.

한파로 인한 각종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계량기 내부를 헌옷이나 솜, 신문지 등으로 채우고 찬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어 동파되기 쉬운 수도시설을 보호하고 수도관이 동파될 가능성이 큰 날에는 물을 쓰지 않을 때에도 수도꼭지를 조금 틀어두어 어느 정도물이 흐르게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작물의 경우, 비닐이나 짚 등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한파 내습 시 발생할 수 있는 저온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시설 하우스 내 작물은 관수방법 개선 및 비닐 피복 등의 단열로 적정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양식 어류의 경우, 수온 유지를 위해 가두리 시설을 깊은 곳으로 침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계속되는 한파로 전력 사용과 난방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화재 발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난방기 주변에 가연물을 없애고 외출 시에는 전기코드를 뽑는 등의 생활 습관으로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가을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어느새 겨울이 찾아왔다. 연이은 추위와 한파로 인해 우리의 생활이 조금 불편해 지고 여러 가지 피해가 속출하지만 기상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상생활의 작은 것부터 신경 쓰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올 겨울을 시작한다면 어떠한 한파가 올지라도 현명하게 대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한파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재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겨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균 부산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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