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눈물도 마르고 기억조차 하기 싫었던 사건이었지요”

지난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예천 산성리 미군 오폭 사건”으로 규명 받아 그나마 다소 위안을 삼은 유족들은 예천군의 배려로 위령탑이 건립되 앞으로는 합동 위령제를 지내게 되었다.

6.25 발발 60주년을 맞은 지난 24일 보문면 산성리 마을 초입 마을 쉼터 옆에 자리한 위령탑 제단 아래는 햇빛 그늘막이 쳐져 있고 김수남 예천군수를 비롯한 관내 보훈단체 기관장과 유족일부가 참석한 가운데 진혼곡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위령탑 건립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안태기(63)유족대표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차디찬 엄동설한인 1951년 1월 19일 아무 영문도 모른체 불벼락을 맞고 희생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 뒤늦게 나마 건립되 합동위령제를 지내게 되었다”며 그동안의 힘들고 어려웠던 속내를 털어 놓았다.

지금도 1월 19일 한날 한시에 마을 대부분의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번 위령탑은 예천군에서 7천6백여만원의 예산으로 위령탑을 비롯한 제단 주변 2백여평을 정리하고 단장했다.

‘산성리 미군 오폭 사건’은 지난 1951년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급격하게 불리지면서 유엔군은 후퇴를 거듭 하기에 이른다.

북한군이 후방 깊숙이 침투하게 된 1951년 1월19일 오후 4시쯤 187연대 전투부대의 공중폭격 요청을 받은 미군 폭격기 4대가 보문면 산성리 마을 일대를 휘발유를 뿌리고 무차별 폭격을 가해 사망 34명, 중상 44명, 경상 30명, 실종 30명, 가옥소실 62동, 가옥파괴 7동이 파괴 되는등 피해를 입었다는 공식 문서가 지난 2002년 2월 공개 되었다.

무차별 폭격이 가해진 당시 나이3살 이었던 유족 대표 안태기씨는 이 사건으로 할아버지를 비롯한 동생, 삼촌, 사촌등 무려 9명의 가족을 잃은 비극을 맞이했다.

이러한 산성리 마을의 비극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96년 보문면 산상리 주민들이 오폭 진상 조사위원회를 결성하고 보상추진위원회를 구성 하면서 부터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해 45년동안 배일에 가려져 그동안 말 한마디 못하고 숨죽여야 했던 시간이 멈춰지고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이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진정서등이 관계기관으로 이어 지자 1999년 예천군의회에서도 보문면 산성리 오폭사건 진상규명위원회(반장 김호현 의원)를 구성하고 의회 차원에서 조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끈질긴 진실 규명 노력에 마침내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예천 산성리 미군 오폭 사건'으로 규명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안태기 대표는 “오폭사건으로 2007년 규정되자 2009년 11월 처음으로 국방부에서 연락이 와 위령제 재수비 명목으로 2백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하기에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고 말하며 “뒤늦게나마 예천군에서 이렇게 위령비를 건립해 공식적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원혼을 달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말했다.

안대표는 “오폭 사건으로 규정 된 만큼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정부에서는 유족들을 국가유공자 대우와 피해를 보상하고 불구의 몸으로 비극의 인생을 살아온 생존자는 대부분 80을 넘었으며 언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이들 피해 당사자와 유족들을 껴안아 주어야 한다”며 전쟁의 고통을 백발이 성성한 지금까지 겪고 있다.
 

이태현 기자  leeth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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