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식 상주기상대장

보통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 벚꽃이 차례로 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 3월 평년 기온이 높아 봄의 대표적인 전령사로 꼽히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핀 것이다.

꽃은 종류에 따라서도 피는 시기가 다르지만, 지역별로도 차이가 나는데, 보통 따뜻한 제주도에서부터 개화가 시작되어 북상한다.

벚꽃의 경우 제주도에서 개화한 후 약 보름 후에 서울에서 개화가 관측되는데, 올 해는 제주도에서 개화한지 단 사흘만에 서울에서 개화가 관측되었다.

이렇듯 이례적인 봄꽃 개화소식이 전해져오는 가운데, 배나 사과, 복숭아와 같은 과수작물 역시 이른 발아와 개화가 예상된다.이렇게 일찍 과수의 생육과정이 시작될 때, 우려되는 것은 바로 늦봄의 반갑지 않은 손님인 늦서리이다.

발아부터 열매가 맺히기까지의 시기에는 식물의 온도저항력이 낮아진다. 이 때 서리가 내리거나, 혹은 서리가 내리지 않더라도 0℃ 이하의 기온에서 30~60분 이상 노출되면 결빙현상으로 인해 과수작물이 동해 피해를 입는다. 저온으로 인해 조직이 파괴되어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개화해도 결실을 보지 못하며, 수정한다 해도 기형적인 과일이 열리기 때문에 이는 과수농가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이렇게 과수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늦서리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늦은 봄이나 초여름 무렵, 절리저기압이 통과한 후 후면에 뒤따르는 한랭 건조한 기단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바람이 잔잔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 밤에 복사냉각이 왕성해지므로 지면이 냉각되어 서리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이러한 발생 과정과 관련하여, 지형적 영향에 따라 서리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생기는데, 그 대표적인 지형을 2가지로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산 사이에 위치한 평지(곡간지)이다. 이러한 지형에서는 야간에 산지로 부터 유입된 냉기류가 흘러가는 통로가 되며, 흘러든 냉기류는 경사도가 낮은 평지 부근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된다. 이러한 지형조건에서 고기압권내에 들어 바람이 없고 맑은 날이 되면 기온이 낮아지고 지표에 있는 물질들의 열 방사가 촉진되기 때문에 기온이 더욱 낮아지게 되어 서리가 발생하기 쉽다.

두 번째는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다. 분지 형태의 지역은 야간에 산지로 부터 유입된 냉기류가 흘러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좁기 때문에 냉기류가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장시간 머무르게 되고, 기온의 저하가 심하여 서리가 발생하기 쉽다.

이상에서 예로 든 대표적인 두 지형들은 산지가 많은 경북 내륙 지방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지형들이다. 사과, 배 등 과수작물의 재배가 많은 경북의 특성상 지형적인 요소가 더해져 늦서리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개화시기가 앞당겨진 올해에는 더욱 더 주의가 요구된다.

냉해 피해를 100% 없애기는 힘들겠지만, 일기예보 확인을 통해 큰 폭으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처가 가능하다. 서리가 예상되면 기름, 폐타이어, 땔나무, 왕겨 등을 태워 과수원 내 기온을 높이거나 방상팬 가동,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주는 등의 대처를 통해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늦서리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되고 풍성한 결실을 위한 첫걸음이 순조로울 수 있을 것이다.

(상주기상대장 이우식)

예천뉴스  ynews123@hanmail.net

<저작권자 © 예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