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중

더위가 한풀 꺾이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 아침이 되면 곳곳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를 발견할 수 있다. 차가운 기운이 다가왔음을 눈으로 느끼게 해주는 가을철 기상 현상인 서리는 추위가 시작되는 가을을 시작으로 늦은 봄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서리는 지면 또는 지물의 표면 등에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형성된다. 보통 ‘서리가 내린다’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서리는 비나 눈처럼 공중에서 낙하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지표면 위에서 승화되어 나타나는 얼음결정체이다.

상공에 찬 공기가 유입되고 야간의 복사냉각이 심할 때 서리가 발생한다. 즉 춥고 바람이 불지 않은 맑은 새벽, 땅 표면이 냉각되어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발생하는데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계곡이나 분지형의 지역은 찬 공기가 더 쉽게 머무르기 때문에 서리 현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자주 나타난다.

서리는 농작물이나 식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식물이 얼어 성장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영양분의 수송을 방해하는 등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피해가 나타난다. 이와 같이 서리는 식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사를 짓거나 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더욱 세심하게 서리의 발생 유·무와 예방대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07	2008	2009	2010	2011
상주	11.03	11.05	11.20	10.26	10.19
안동	10.21	10.28	11.03	10.26	10.18
추풍령	10.30	10.25	11.20	10.27	10.19

△ 경북북부내륙지역 2007~2011년도 첫 서리일

서리에 의한 피해를 막으려면 나무를 심거나 울타리를 설치해 찬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지표면의 열이 날아가지 않도록 천이나 비닐로 땅을 덮어두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작물에 소량의 물을 살포하여 일정 온도를 유지하고, 지면에 수분을 공급해 습도를 올리는 방법도 많이 이용된다. 서리에 민감한 농경지나 재배지의 경우는 가급적 별도의 발연·송풍 시설을 구축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곳곳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는 날씨가 점차 추워짐을 알려준다. 서리의 시작과 함께 날씨가 추워져 농작물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을, 기상정보에 관심을 갖고 서리에 대해 미리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한다면 쌀쌀한 가을을 훈훈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시중 상주기상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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