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식

서리가 내린다는 24절기중 하나인 상강은 10월 23일로 아직 시일이 남아 있지만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는 이미 서리가 관측되어 추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서리를 흔히 비나 눈처럼 내리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서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면의 물체에 얼어붙는 승화(수증기→얼음)현상으로 만들어진 얼음 결정체이다. 서리 발생조건은 맑고 추운 날 새벽 복사냉각이 강하게 발생하여 지면온도가 어는점(0℃) 이하로 내려가야 하며 바람이 약하고 수증기가 많을수록 잘 발생한다.

서리와 유사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기상현상으로 이슬과 성에가 있다. 이슬은 공기가 냉각되면서 공기중에 있던 수증기가 차가운 물체에 달라붙는 것은 동일하나 이슬은 수증기가 물로 변하는것이고 서리는 얼음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또한 서리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이슬은 없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일 것이다. 성에는 추운 겨울에 유리창이나 벽 같은 곳에 김이 서려서 서리처럼 하얗게 얼어붙은 것이다. 이는 기온이 어는점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상대적으로 열전도율이 높아 더 찬 유리창이나 벽에 붙어 얼음결정이 된 것이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상주 및 경북북부내륙지역에는 빠르면 10월 중순 늦어도 11월 초가 되면 아침 곳곳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1년간(2002~2012년) 상주지역의 첫서리 발생일은 평균 10월 30일이며 마지막 서리는 평균 4월 2일이다.

또한 상주기상대가 개청한 2002년 관측이래 가장 빠른 서리가 관측된 해는 2003년과 2011년으로 10월 19일에 관측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서리 관측일의 경우 2008년에는 3월 15일에 관측된 반면 2010년에는 4월 20일에 관측되어 한달 정도의 큰 차이를 보였다.

서리는 농작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봄철에는 새순, 과수의 꽃 등이 얼어 성장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뿐 아니라 영양분의 수송을 방해하는 등 농작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가을에는 고구마와 감, 무, 배추 등의 수확시기가 늦어질 경우 서리로 인해 농작물의 상품가치가 떨어져 농가소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더욱 세심하게 서리발생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서리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나무를 심거나 울타리를 설치해 찬 공기의 유입을 막는 것과 지표면의 열이 날아가지 않도록 천이나 비닐로 땅을 덮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작물에 소량의 물을 살포하여 일정온도를 유지하는 살수방법과 지면에 수분을 공급해 습도를 올리는 방법이 있으며 별도의 발연·송풍 시설을 구축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풍요의 계절인 가을,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한해 농사를 망칠수도 있는 만큼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미리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 한다면 넉넉하고 따뜻한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상주기상대장 이우식)

예천뉴스  ynews123@hanmail.net

<저작권자 © 예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